파타고니아
모레노 빙하 넣은 위스키 맛 ‘찌릿찌릿’
남미 대륙에서도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파타고니아는 ‘세상의 끝’이라는 수사가 가장 잘 어울리는 땅이다. 일찍이 찰스 다윈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셰익스피어, 조나단 스위프트, 생텍쥐베리는 이곳에서 각각 <템페스트> <걸리버 여행기> <야간 비행>의 영감을 얻기도 했다.
파타고니아의 로스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은 1981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크고 작은 47개 빙하들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남극과 북극을 제외하고 가장 크다는 페리토 모레노 빙하(Perito Moreno Glacier)가 이곳의 명물이다.
거대한 모레노 빙하는 안데스 산 속 칠레 국경까지 뻗어있다. 실제로 가 보면 상상하던 빙하지대와는 좀 다른 모습이다. 그리 춥지 않은데다가 빙하 옆으론 푸른 숲과 꽃, 나무들이 아름답게 공생하고 있다.
배를 타고 15분쯤 달리면 푸른빛을 띤 빙산이 보인다. 모레노 빙하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필자를 비롯한 일행의 입에서는 "와!"하는 탄성이 저절로 흘러나온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오묘한 옥빛은 더욱 선명해진다. 녹지 않고 쌓인 눈이 눌리면서 압축되고 얼음덩어리로 변해 중력에 의해 밀려내려 오면서 빙하의 절경을 만들어냈다. 총길이 약 20마일, 평균 높이 240피트, 총 얼음 깊이 550여 피트인 모레노 빙하는 하루에 6-7피트씩 호수 쪽으로 밀려내려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때로 ‘우르르 쾅쾅’ 빙하가 무너져 내리는 굉음이 들린다.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나 봤던, 끝없이 늘어선 빙하가 일제히 무너져 내리는 장관이 눈앞에서 연출된다. 덩달아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지고 채 감추지 못한 탄성이 터져 나온다.
더욱 근사한 것은 이곳에서 아이젠을 신고 미니 빙하트래킹도 즐겨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단, 10세 미만·65세 이상은 Safari Nautico 유람선으로 대체된다). 수 천년동안 눈이 내리고 쌓이기를 반복해서 얻어진 빙하를 아이젠을 칭칭 감고 오르는 것이다. 제법 무거운 아이젠은 미끄러짐을 방지하면서 이 얼음산을 걷게 한다. 줄을 서서 가이드 뒤를 따르는 여행자들의 모습은 마치 남극의 펭귄 떼들을 연상시킨다. 얼음산을 직접 걸어 보니 펭귄들이 왜 그리 뒤뚱거리며 걷게 되었는지 알 만도 하다. 빙하트래킹 중간에는 크고 작은 크레바스들 사이에 고여있는 청량한 빙하수로 목을 축여본다. 얼음이 녹아 물이 고여 있는 곳은 비취빛이다. 물에 잉크를 뿌리면 저런 색깔이 나올까?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환상적인 트래킹이 끝나는 지점에는 모레노 빙하의 얼음조각을 동동 띄운 위스키가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애주가가 아니더라도 빙하에 위스키를 넣어 마시는 경험은 흔치 않으니 한 번쯤 시도해볼만하다. 그 맛은? 찌릿찌릿! 평생 잊을 수 없는 맛이다.
한편, US아주투어의 ▲파타고니아+우유니 사막(12일) 여행상품은 2020년 1월 15일에 출발한다. 필자가 동행해 모레노 빙하 외에도 우유니 사막, 부에노스 아이레스,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등을 돌며 남미의 아름다움을 여유롭게 둘러본다.
▶문의:(213)388-4000, www.usajutour.com
페리토모레노 : 페리토 모레노 빙하의 가슴이 뻥 뚫리도록 시원하고 경이로운 풍경.
빙하 트래킹 : 아이젠을 신고 수천년의 세월을 간직한 빙하를 걸어볼 수 있다.
2019-12-27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