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2개의 핸드폰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 오래된 핸드폰은 전화는 안 되지만 외출할 때마다 반드시 들고 다닙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아들은 오랫동안 사용했던 핸드폰이라 정이 들어서 그렇게 되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서 쉬는 가운데 우연히 아버지의 오래된 핸드폰을 열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는 호기심이 동한 나머지 영구보관함에 있는 문자를 보게 되었는데 거기에는 아버지의 삶이 생생하게 저장되어 있었습니다.
보관함에는 잔소리와 같은 어머니의 문자를 비롯해서 자신이 아버지에게 보냈던 문자들이 빼곡하게 나타났습니다. 어머니가 보낸 문자를 보니 "나 과부 만들지 말고 술 좀 작작 마시고 와" 하는 것도 있었습니다. 자신이 아버지에게 용돈을 받고 기분이 좋아서 보낸 "사랑해 아빠!" 하는 문자도 눈에 띄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아버지의 친구 분이 보낸 듯한 문자도 보였었습니다. "고맙다. 내가 정말 네 덕분에 산다." 아버지가 오래 동안 간직한 핸드폰에는 이와 같이 아름다운 메시지들이 저장되어 있었습니다. 추억의 앨범처럼 보고 싶을 때 꺼내 볼 수 있는 소중한 보물창고였던 것입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손수 편지를 쓰는 재미를 잃어버린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날이 갈수록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단축된 문자를 쓰거나 직접적인 표현 대신 이모티콘을 사용해서 자신의 감정을 표시하기도 합니다. 이에 감정이 메말라가는 사회일수록 간단한 내용이라도 손 편지를 나눌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진심이 담겨있는 편지라면 짧고 간단해도 상대방과 사랑의 마음을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화려한 수식이나 거창한 표현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손으로 쓰는 편지를 통해서 이심전심으로 서로를 나눌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아버지의 낡은 핸드폰처럼 우리 각자의 삶에도 먼 훗날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고이 간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0-05-14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