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 감사절 오후 1시, 스퀘어 공원 오른편 세 번째 벤치를 찾는 노인이 있었다. 벌써 9년째 찾아온다. 일 년에 한 번씩 굶주린 배를 채우는 날이다. 그러나 오늘은 배가 고프지 않고 배가 터질 것 같다. 5번가의 어느 저택 앞을 지날 때 두 할머니에게 붙잡혔는데, 그 할머니들은 그에게 칠면조 요리와 구운 감자, 호박파이, 그리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까지 푸짐하게 대접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전통대로 추수감사절 정오가 지나 맨 처음 자기 집 앞을 지나가는 사람에게 추수 감사절 식사를 대접한 것이다.
지금 공원 벤치에 앉아있는 스터피 영감은 배가 너무 불러 숨이 차다. 그런데 그가 이 자리에 찾아온 것은 추수 감사절 식사를 한 번 더 대접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스터피 영감도 전통을 존중하는 사람이어서 노신사가 9년 동안 이어온 호의를 변함없이 베풀 수 있도록 해주고 싶기 때문이었다.
역시 노신사는 어김없이 그에게로 걸어왔다. 그는 검정 외투에 오래된 안경을 쓰고 있는 깡마른 노인이었다. 지팡이에 몸을 더 의지하고 있었고 여러 면에 더 늙었다. 그는 해마다 “잘 지냈소? 추수감사절 관습은 우리들에게 참 좋은 일이오. 식사하러 갑시다.”라고 말한다. 전엔 고마운 말이지만 지금은 고통스럽다. 이미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그러나 그는 전통대로 “대단히 감사합니다. 영감님. 전 지금 무척 배가 고픕니다.”
노신사는 전통적으로 가는 식당으로 그를 데리고 갔다. 웨이터들은 칠면조, 고기 스프, 파이 등을 날라와 식탁에 수북이 쌓아놓았다. 스터피는 음식냄새를 맡자 속이 울렁거렸지만 게걸스럽게 먹었다. 그를 바라보는 노신사의 얼굴에 행복의 빛이 떠올랐다. 그 행복한 얼굴을 보고 스터피는 자신이 역시 음식을 사양하는 무식한 짓을 하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한 시간 후에 그는 정신이 혼미해져 의자에 기대앉았다. "잘 먹었습니다. 영감님. 올해도 변함없이 이렇게 대접해주셔서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노신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은화로 1달러30센트를 음식값으로 주고 웨이터에게도 팁으로 주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두 사람은 식당을 나와 노인은 남쪽으로, 스터피는 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로부터 한 시간 뒤 노신사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 응급실로 갔다. 노인을 진찰하고 나온 의사는 간호사에게 말했다. "저기 누워있는 노신사 분 말이야. 아무도 굶어 죽을 뻔했다고는 생각하지 못할 거야. 사흘 동안 굶었대. 그래도 저렇게 품격 있어 보이는 걸 보면 긍지가 대단한 가문 사람인가 봐. 나도 저렇게 늙고 싶어지는걸!"
이상은 미국이 오 헨리의 "추수 감사절의 두 신사"를 거칠게 간추린 이야기다. 짧은 이야기로 전하는 작가의 묵직한 메시지가 있다. 자신은 굶어 영양실조에 걸려도 나누고 대접하려는 신사의 마음도, 그 신사의 행복한 얼굴을 위해 배가 터질 듯 먹는 스터피도, 추수 감사절 정오를 지날 때마서 섬기고 나누는 두 할머니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인물들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전통이 있다. 습관적 어투나 몸짓도 자신의 전통이다. 품격있는 전통이 품격있는 인생을 만든다. 그러나 진정한 품격은 배려요 관용이다. 자신의 전통을 지키느라 다른 사람의 형편과 상황에는 관심이 없다. 감사의 계절을 보내면서 섬김과 나눔의 전통을 세우길 바라고, 모든 전통과 삶의 자리에서 배려와 관용의 품격이 더해지기를 바란다.
2020-11-09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