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독서모임에서 지난달 줌으로 함께 읽고 토론한 책이 아들과 연인 (SONS AND LOVERS)이다.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의 대표적인 걸작으로 실제적 경험을 통해서 쓴 자서전적 소설, 뉴스 워크 선정 100대 명저에 속하는 작품,“ 채털리 부인의 사랑”으로 더 알려진 영국 소설가이다. 표지에 쓰여 있는 화려한 작가의 소개에 책을 읽기도 전 무척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잔뜩 기대를 했다.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그저 평범한 우리 주의에 일어나는 일상적인 이야기다. 소설에 흔히 나오는 살인, 반전, 극적인 장면도 없다. 모렐 부인과 남편과의 갈등 , 자식에 대한 애정과 집착, 폴과 두 여인 사이의 관계를 그렸다. 소설이 그러하듯이 때가 되면 죽음으로 끝나고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폴의 그저 그런 이야기다.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이렇게 평범한 이야기를 두 권의 책 총 884페이지에 달하게 길게 늘여 쓸 수 있는 풍부한 어휘력, 표현력, 문장력이 경이롭다. 작가는 “ 글이란 바로 이렇게 쓰는 거야! 하며 나에게 말한다.
폴이 미리암에게 말할 때 “ 파우스트의 그레첸처럼 되지는 않아 …”라고 말한다. 내가 지난달 파우스트를 안 읽었다면 이 뜻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마치 작가는 말의 퍼즐을 만들어 놓았고 숨은 그림을 찾아보라고 한다. 나는 그것을 하나하나 꿰맞추어 본다. “ 빙고” 하며 환호하고, 무언가 한 통속이 된 거 같은 애매모호한 뿌듯한 이 느낌은 책을 읽어보지 않고는 절대 모르는 느낌이며 나만의 기쁨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또 하나의 눈을 갖게 되었다. 거리의 모습, 아침햇살, 해지는 광경, 꽃 한 송이, 무심히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있는 무수한 사물을 다시 한번 보고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든다.
광부 모렐은 춤을 잘 춘다. 모렐 부인은 거기에 매료돼서 결혼을 한다. 모렐은 아들 윌리암에게 말한다. “ 내가 몸이 조금만 더 빨랐을 때 나는 작은 동전 위에서도 회전할 수 있었어.”라고… 그 모습을 상상하니 참으로 멋진 은유다. 춤 잘 추는 사람에게 끌리는 것은 시대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 비슷한 거 같다.
11월 첫째 금요일 낭만 독서 모임 강좌는 줌 미팅을 한다. 코로나 19로 서로 만나지 못하니 온라인에서 만나는 새로운 풍속이 생겼다. 막상 독서모임날 줌 접속이 모두 안된다. 일주일 후 금요일에 다시 줌 미팅을 하였다. 사람은 망각의 존재라 하더니 내가 그렇다. 일주일이 지나서 읽었던 책 내용을 다시 생각해보니 금방 기억이 안 난다. 하나씩 잊어버린다. 아마도 시간이 지나 먼 훗날 내가 그동안 읽었던 책 내용이 내 기억에서 모두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책에서 얻은 내 마음의 양식은 충만하며, 기쁨은 영원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2020-11-18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