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느 기독교 방송사의 창립 기념행사가 있었다. 창립감사 뿐만 아니라 새로운 방송 체계를 도입하고 그것을 감사하는 뜻 깊은 감사예배와 축하 행사였다. 많은 행사에 참석했지만 금번 감사예배는 참 좋은 시간이었다. 통상 지루하게 느껴지는 순서인 축사나 격려사도 좋았다. 심지어 참석자들에게 전하는 답례 선물도 좋았다. 그야말로 버릴 것이 하나 없는 깔끔하고 세련된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가장 좋은 순서는 10대 청소년들로 구성된 워십팀 God's Image 무대였다. 참석자들의 연령을 고려하면 어울리지 않는 무대였다. 거칠게 말하면 신나는 음악에 맞춘 칼 군무였다. 가사도 알아듣기 쉽지 않았고, 흥에 겨운 젊은이들이 강단위에서 춤사위를 벌이는 것도 완고한 어른들이라면 눈살 찌푸릴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청중석의 어른들은 그렇지 않았다.
God's Image의 퍼포먼스가 끝나자 그야말로 우레와 같은 박수가 나왔다. 그들의 공연 시간에는 참석자들 대부분은 어깨춤으로 호응했고, 모두 흐뭇한 눈길로 그들을 응원했다. 이 순서를 준비한 관계자들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그리고 다른 참석자들의 속마음은 알 수 없지만 이 순서를 통해 다음 세대를 향한 사랑이 표현된 것 같아 참 좋았다.
일본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2000년 이후에 출생한 Z 세대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탁구에서, 수영에서, 태권도에서, 양궁에서 그리고 육상에서 아니 거의 전 종목에서 맹렬활약이다. 그들의 활약은 메달이나 성적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메달보다 더 아름다운 그들의 맑은 정신과 태도는 성적으로 담아 낼 수 없을 만큼 눈부시고 아름답다.
부러운 Z세대의 매력은 당당함이다. 3관왕 안산은 피를 말리는 일대일 대결에서 전혀 흔들리지 않고 10점을 쏘았다.
그들은 패자가 되어도 주눅 들지 않는다. 경기에 패배했는데 환한 미소를 지으며 승자를 안아주고 승자에게 엄지 척을 선사한다. 아깝게 분패했어도 아쉬워하거나 흥분하지 않는다. 그들의 젊음, 자신감 그리고 당당함이 부럽고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친선게임에서조차 지고난 후 환하게 웃으며 패배를 인정해 본 기억이 별로 없는 어른들은 부끄럽다.
최근 그들을 보면서 올림픽 메달 숫자나 전체 국가별 순위는 더 이상 관심사가 아니다. 적어도 필자에게는 그렇다. 종합 순위나 메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포츠 정신으로 무장한 선수들의 정정당당한 경기다.
건강한 사회는 다음 세대를 생산하고 양육한다. 이는 건강한 가정이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것과 같다. 다음 세대가 없다면 미래가 없고 미래가 없으면 희망도 없다. 조직과 사회의 가장 큰 숙제는 다음 세대의 준비다. 이런 점에서 한국 사회나 한국 교회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금번 올림픽과 방송국 행사를 보며 마음이 가벼워졌다.
어떻게 하면 다음 세대를 품고 세워나갈 수 있을까?
다음 세대를 믿어야 한다. 젊은 세대를 가르치려 하지 말고 그들에게 배워야한다. 기성세대가 박수 받는 주연이 아닌 다음 세대를 위한 무대 제작자의 기쁨을 누리길 바란다. 근사한 젊음과 패기 그리고 당당함이 우리가 만든 무대에서 활짝 피어났으면 좋겠다.
2021-08-02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