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뉴저지 출장을 다녀왔다. 여행이 주는 불편함도 있지만 여행의 매력이 크다. 여행을 통해 인생을 배운다. 여행에서 새로운 장소와 환경 그리고 낯선 날씨가 주는 낯설음은 인생을 신선하게 한다. 여행은 낯선 상황으로 일상에서 닫히고 무뎌진 마음을 열게 하고, 요동치는 자유를 공급한다. 한 걸음 물러나 내 삶을 관조할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한다.
모든 여행이 좋지만 3~4일 정도의 짧은 여행을 즐긴다. 짧은 여행에서 추구하는 나름대로의 로망이 있다. 첫째는 작고 간단한 짐으로 여행을 한다. 간단하게 짐을 꾸리는 것은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다. 간소한 짐으로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 여행의 멋이다. 둘째는 소위 혼 밥을 즐긴다. 적어도 하루에 한 끼 정도는 홀로 식사를 하며 고독을 즐긴다. 홀로 식사 시간에는 음식과 생각을 함께 씹는다. 셋째는 초행길 운전을 즐긴다. 자동차를 렌트해서 초행길을 달리는 스릴과 긴장을 만끽한다. 이번 여행에서도 이 세 가지를 즐겼다.
간단한 짐으로 불편을 즐기는 것이나 혼 밥을 즐기는 것은 비교적 간단한 일이지만 자동차 렌트는 약간의 부담이 있다. 경제적 부담 외에도 여행지에서 자동차를 렌트해서 완전히 낯선 초행길을 달리는 것은 모험이요 도전이다. 그런데 나는 이 스릴을 즐긴다. 물론 길을 잘못 가기도 하고, 목적지를 지나쳐 당황하기도 한다. 그래서 늘 일찍 출발하고 약속장소 지도를 미리 연구한다. 초행길을 운전하면 긴장과 부담이 있다. 그러나 아주 새로운 길을 달려 목적지에 도착할 때 누리는 쾌감이 있다.
경제적 부담과 스트레스를 감수하면서 굳이 렌트카를 운전하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그것은 운전하는 길만 내 길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새로운 지역에서 새로운 도시를 다녀도 남이 운전하는 자동차를 타고 가면 남는 것이 거의 없다. 그래서 가능하면 직접 운전한다. 약속장소나 집회장소에 직접 운전해서 찾아간다. 진정한 여행을 위해 내가 운전한다.
다음은 새로운 길을 운전하며 순종을 배운다. 새 길을 운전하면서 표지판과 네비게이션을 철저히 의존한다. 요즘엔 휴대폰 네비게이션의 유용성을 절감한다. 낯선 길을 운전하며 내 생각과 내 판단을 완전히 접고 네비게이션과 표지판을 철저 믿고 따르며 운전한다. 그야말로 온순한 팔로워(Follower)가 된다.
여행은 인생 축소판이다. 여행처럼 가벼운 짐이 인생을 잘 사는 비결이다. 또 여행처럼 우리 인생도 고독하다. 아내와 아들과 딸의 배웅이 끝나면 홀로 가야한다. 또 여행은 미지의 세계를 찾아가는 인생 모형이다.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가야한다. 내가 찾은 인생길에 가치가 있다. 인생 조수석에 앉아 구경만 하지 말고 운전석에 앉아 나의 길을 가야 한다.
여행에서 배우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온순한 팔로워(Follower)정신이다. 여행지에서 네비게이션과 교통표지판 안내를 철저히 따른다. 내비게이션은 굳건한 믿음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따르면서, 인생길에서 고집과 객기를 부린다. 하나님 말씀의 네비게이션과 하나님 인도의 표지판을 무시할 때가 많다. 여행을 하며 하나님의 말씀과 인도에 온전히 순종하는 온순한 과객(Traveller)이 되기를 기도한다. 나는 지금 또 다른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2021-12-06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