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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천의 世上萬事

'범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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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 마당 판소리 중에 ‘수궁가(水宮歌)’가 있다. 흔히 ‘별주부전’이나 ‘토끼의 간’으로 불리는 이 작품은 인간사회를 풍자한 극(劇)이다.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비굴한 부패한 사회에서 싸워 이겨 살아남으려는 투쟁의 이야기다. 

  남해 용왕이 향락을 즐기다가 병을 얻었다. 도사들이 백방의 약에 효험이 없고 다만 토끼의 간만이 유일한 처방이라고 한다. 이에 용왕이 뭍에 나가 토끼를 잡아오라고 신하들에게 지시하지만 선뜻 나서는 이가 없자 주부 벼슬을 하고 있는 자라가 자원한다. 

 수궁을 떠나 육지에 도착한 별주부는 온갖 날짐승, 길짐승들이 모여 서로 높은 자리에 앉겠다고 자리다툼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동물들이 온갖 명분으로 자신이 최고라며 나서지만 호랑이가 위세로 모두를 누르고 상좌를 차지한다. 

  별주부는 그 호랑이를 토끼로 착각하고 그가 '토생원'인지 물어본다는 것이 발음이 헛나가 '호생원 아니신가요?’하면서 호랑이와 맞부딪치게 된다. 최근에 ‘이날치’라는 밴드에 의해 새롭게 해석하면서 유명해진 ‘범이 내려온다’는 부분이다. 

  호랑이는 생전 처음보는 자라를 보고 잡아먹으려 하자 자라는 자신이 두꺼비라고 둘러댄다. 하지만 통하지 않고 호랑이가 덤벼드는 데 순간 자라는 재빠르게 뒷다리를 물자 호랑이는 그만 걸음아 날 살려라하고 내뺀다. 헌데 우습지도 않은 것은 압록강까지 도망간 뒤 호랑이가 하는 말이다. 자신이 재빠르고 날랬기에 망정이지 큰일날 뻔 했다며 안도하는 대목이다. 자신이 지상에서 최고라던 호랑이가 일개 자라에게 당해 달아난 주제에도 허세와 무능으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이는 박지원의 소설 ‘호질(虎叱)’에 등장하는 북곽선생의 위선과 다를 바가 없다. 산중에 밤이 되자 호랑이들이 사람을 잡아 먹으려는데 마땅치가 않았다. 의사를 잡아먹자니 의심스럽고 무당은 불결하게 느껴지고 해서 청렴한 선비의 고기를 먹기로 하였다. 

  이제 호랑이들이 마을로 내려왔는데 마침 유학자 선비 하나가 열녀 표창까지 받은 청상과부 집에서 밀회를 즐기고 있었다. 헌데 이 과부에게는 성씨가 다른 아들이 다섯이나 있었다. 이들은 방안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듣고 이는 필시 여우가 둔갑한 것이라 믿어 몽둥이를 들고 뛰어드니 선비가 놀라 도망치다 그만 분뇨통에 빠졌다.   

  간신히 기어 나왔는데 보니 호랑이 한 마리가 입을 떡 벌리고 있지 않은가? 머리를 땅에 붙이고 목숨을 빌었다. 그러자 호랑이는 더러운 선비라 탄식하며 유학자의 위선과 이중성을 크게 꾸짖고는 가버렸다. ‘호랑이의 질타’ ‘호질(虎叱)’이었다. 

  날이 새어 일터로 가던 농부들이 그 때까지도 엎드려 있던 선비를 발견하고는 그 연유를 물어보자 그는 그 처지에서마저도 ‘하늘을 공경하고 땅을 조심하기 위한 의식’이었다며 요설을 늘어 놓았다. 

  옛부터 호랑이는 신통력을 지닌 영물이자 의(義)를 지키는 동물로 여겨왔다. 또한 호랑이가 까치나 소나무와 함께 있으면 ‘새해를 맞아 기쁜 소식이 들어온다’는 뜻으로도 받아들였다. 

  2022년 검은 호랑이의 해를 맞아 부디 수궁가의 호랑이가 아닌 호질의 호랑이처럼 당당하고 올바른 사회, 아울러 군자나 숨은 선비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상징하는 ‘출산호도(出山虎圖):산에서 걸어나오는 호랑이’의 기운이 가득하길 바란다.    
 


2022-01-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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