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뮤지컬 켓츠를 보았다. 그동안 난 왜 켓츠를 관람하지 못했을까?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안 보았는데도 보았다는 착각을 할 정도로 캣츠에 나오는 메모리 (Memory) 가사를 모두 외우고 스토리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정작 나는 뮤지컬 초연후 40년이 지난 이제야 보게 되었다. 한국의 날 축제, 아리랑 축제 공연도 다 끝나고 모처럼 여유로운 마음으로 판타지 시어터를 찾았다. 화요일 저녁이라서 그런지 지난번에 보았던 뮤지컬 물랑 무즈보다는 관객이 많지 않았고 어수선하지도 않았다. 공연장 입구에서 누군가가 색소폰으로 메모리를 연주한다.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음악의 선율에 맞추어 마치 무대에서 서 있는 듯 상상을 하며 춤을 춘다. 인생에서 내가 행복했던 순간들을 꼽으라고 하면 바로 이럴 때인 것 같다.
캣츠는 40년 전 브로드웨이 최고의 흥행작으로 사이공, 오페라 유령, 레미제라블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 첫 주자로 토니상 7개 수상, 30개국 300여 개 도시 팔천만 명이 관람하였고 21년간 뉴욕 연속 상연이 9.000 해의 공연을 하여 세계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라 한다. 한국에서도 수도 없이 공연된 작품인데 나는 이제야 보게 되었다.
T.S. 엘리엇의 시,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기반으로, 사람이 전혀 나오지 않는 고양이들의 이야기로 도시의 쓰레기장을 배경으로 춤과 노래를 펼친다. 특별한 스토리는 없는 것 같은데 색다른 연출과 안무과 무척 흥미롭다. 시작부터 LED의 조명의 화려함에 호흡이 멈춘다. 현대의 최 첨단 기술이 무대 예술에 얼마나 큰 영향을 가져왔는가를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여태 보아왔던 뮤지컬과는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고난도의 춤을 선사한다. 사람의 몸으로 고양이라는 캐릭터를 무용동작으로 바꾸어 얼마나 잘 표현했는지 정말 상상이 힘든 동작을 계속 연결하여 춤을 춘다. 무용수들이 무릎이 남아 나지 않을거 같다. 안무자의 천재성에 다시 한번 감탄한다. 자료를 찾아보니 안무자는 고양이를 관찰하며 수도 없이 연구하였다고 한다.
나는 우리의 일상 동작 그 자체가 춤이며, 바디랭귀지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그동안 수많은 공연을 보면서 느낀 공통점이 있다. 이제는 단순히 춤과 노래만 잘한다고 공연에서 작품이 성공할 수 없다. 음악, 배경, 조명, 그리고 안무자가 무엇을 전달하려 하는지 분명한 철학적 사상이 필요하며 ,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력을 갖춘 댄서, 연기자라고 생각했다. 이번 공연은 이 시대에 맞게 재 편성된 무대 배경, 조명, 의상, 무용 안무라고 한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할리우드 거리에서 방금 본 동작을 흉내 내다 넘어질 뻔했다. “ 야옹 ” 하면서 없는 꼬리를 흔들어 보이며 머쓱하게 일어선다. 캣츠는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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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4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