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년만에 찾은 조국의 모습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립던 형제들을 만나 추석때 함께 찾았던 부모님의 일산 묘택앞은 전에만 해도 논밭이었던 곳이 고층아파트 숲으로 변해 버렸고 이제 남은 묘택마저도 택지조성이 확정돼 이장이나 납골원에 모셔야할 상황이 되어버렸다. 서울을 둘러싼 외곽 순환도로가 워낙 잘되어 있어 경기도의 어느 지역이든 수월하게 찾아갈수 있었고 가는곳마다 풍성한 녹지가 인상적이었다.
서울이나 수원 할것없이 미국과 비교해 손색없는 대형마트나 샤핑센터가 즐비했고 버스나 지하철시스팀은 미국보다 더 잘돼있어 교통카드 하나로 어디든 쉽게 찾을수 있었다.
동생이 '필요하면 차를 줄테니 운전하고 다니라'고 권유했지만 교통내비게이터의 지시대로 복잡한 서울을 빠져다닐 자신이 없었고 그보다 대중교통 이용에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워낙 자주 정확한 시간에 이용할수 있었다.다만 지하철을 환승하거나할때 지나치게 많이 걷는 것이 불편했다.
강남역을 비롯한 역세권 일대는 먹는 곳으로 뒤덮였고 저녁만 되면 사람들이 쏟아져나와 치맥이나 요즘 유행한다는 양꼬치구이, 마라탕,곱창구이 등을 앞에 놓고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 살기좋은 조국에서 왜 그토록 떠나고 싶은 사람이 많을까 의아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광화문 등지에서 목격한 조국의 모습은 너무나 아프게 신음하고 있었다.
이미 한국으로 향하기 전부터 온 사회를 흔들었던 조국 전 민정수석 이야기로 아직도 시끄러웠고 그것은 법무장관으로 임명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광화문 네거리에서는 자유한국당이 천막을 치고 '조국사퇴 천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었고 바로 그 광화문 광장에서 저녁에는 조국지지자 수만명이 검찰개혁을 외치며 시위를 가졌다.우리 공화당에서는 여전히 '박근혜 탄핵 무효 문재인 퇴진,조국 퇴진'등을 부르짖었다. 대부분 노인들이 서명을 받거나 구호를 외치고 있었는데 인상이 좀 경직돼 보이는 편이라서 그런지 지나는 사람들의 호응은 별로 없었다.
그 반대편에는 세월호 기념관이 있어 안타깝게 숨진 학생들에 대한 추모영상을 틀어놓고 있었는데 그곳 역시 이제 세월이 흐른 탓인지 찾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아보였다.
바로 지척거리에서 너무나도 이질적인 두 모습들이 펼쳐져 있었다.
박근혜 탄핵와중에서 갈라진 대한민국은 조국 법무장관 문제로 다시한번 갈라져 신음하고 있었다.
광화문 네거리에 우뚝 서있는 이순신장군의 모습은 착잡해 보였고 청와대쪽 세종문화회관 건너편에 앉아있는 세종대왕도 '내가 이러려고 한글을 만들었나'하는 탄식이 나올 듯이 우울해 보였다.
너무나도 청청한 한국의 가을 하늘이 무색하게 그 밑에서 펼쳐지고 있는 정쟁은 부끄러웠다.
누구의 잘못인가.
조국의 잘못인가 언론이나 검찰의 잘못인가.
분명한 것은 거기에 어떤 합리성이나 정의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맹목과 광기,살벌함으로 가득찬 우리나라 조국의 모습…
러시아 시인 네크라소프의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는자가 아니다'라는 싯귀가 다시한번 생각났다.
조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2019-09-24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