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한 재벌 회장의 회고록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그가 부도를 내고 감옥에 들어가자 전과가 화려한 고참 죄수가 물었다고 한다. '회장님, 쥐란 놈들이 어떻게 계란을 훔치는지 아십니까?'회장이 모른다고 하자, '한 녀석이 네발로 살포시 알을 껴안고 바닥에 벌러덩 들어 눕습니다. 그러면 다른 녀석이 그의 꼬랑지를 물고 끌고 가는 겁니다. 같이 해먹는 거지요. 쥐도 인간과 다를 바 없습니다.'
고참 죄수가 들려준 바와 같이 쥐는 강자와 약자, 지배와 피지배계급으로 대립되는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배신과 기회주의의 부정적 이미지다. 허나 TV 만화시리즈 '톰과 제리'에서는 그 반대다. 고양이 톰이 거짓과 불법으로 약자를 속이고 자기 배 불리기에 바쁜 자투리 인간들의 모습이라면 이들에게 힘없이 항상 쫓기면서도 바르게 살아가는 이들은 생쥐 제리다.
하지만 쥐도 쥐나름, 힘없는 제리와 달리 전 세계를 군림해 온 쥐도 있다. 미키 마우스. 수줍음 많고 소박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점잖은 신사이고 오케스트라도 지휘하는 열정과 재능을 가진 우리의 멋쟁이 친구다. 또한 꿈과 희망, 용기를 주고 우리가 잃은 것을 찾아주는 스승이기도 하고 2차 대전 때에는 연합군의 암호로 우리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어 준 리더이기도 했다.
컴퓨터게임 포키몬의 주인공들 중 유일하게 말을 할 줄 아는 전기생쥐 '피카츄'는 또 어떤가? 더러운 것을 퍼뜨리고 악취 나는 사회를 만드는 어둠의 무리들과 싸워 우리를 지켜주는 영웅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에게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주는 프랑스 애니메이션 주인공 '라따뚜이'요리사도 있다.
이들은 모두 부정적 이미지와는 다르게 우리에게 다가온 밝은 주인공들이다. 이렇듯 세상사엔 어두운 면이 있으면 밝은 면도 있는 법. 창조주가 만드신 것에는 나름대로의 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쥐는 사주에서 자천귀(子天貴)라 하여 귀하게 태어남을 말하고 다산과 풍요의 덕을 갖고 있다 했다. 그런가 하면 쥐의 수염은 아주 귀해서 이를 모아 만든 붓, 즉 서수필(鼠鬚筆)은 인기가 그야말로 최고다.
더 나아가 쥐는 사이버세계도 정복하고 있다. 우리가 매일같이 손에 잡고 사는 컴퓨터 마우스도 그 밑바닥에 동그란 알을 품고 있으니 고참 죄수가 말한 그 쥐의 변신일터. 허니 우리는 오늘도 그 마우스의 한쪽 꼬리를 잡고 무엇을 옮겨 나르고 있는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는지. 남의 것을 빼앗아 훔치고 있는지 아니면 공동의 선을 이루어가고 있는지를 말이다.
2020년 경자년(庚子年) 쥐 해가 밝았다. 어느 시인은 새해를 맞아 '우리 마음 속 꽃밭에 365 개의 꿈의 씨를 심으면 매일 새로운 해가 떠오를 때마다 그 꿈이 곱게 피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것은 '새 아침이 산 너머에서나 달력에서 오는 게 아니고 우리들의 대화와 눈빛 속에서 열리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새해를 맞는 여러분들의 '꿈'은 무엇인가?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뜻하는바 모두 이루시기를 바란다. Happy New Year!
2020-01-07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