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 년 전 헝가리 출신 오스트리아 의사 이그나스 제멜바이스는 빈 대학의 법대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해부학 강의실에서 패혈증으로 죽은 소녀를 부검하는 그림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요즘도 치료하기 힘든 '패혈증'은 항생제가 없던 당시로서는 사망 선고나 다름없었다.
이 때문에 산모들의 4분의 1도 패혈증의 일종인 '산욕열'로 사망했다. 산욕열은 분만 시 산도를 통해 아기가 나오는 동안 심한 손상을 입은 산모의 회음부에 감염이 되면서 출산 직후부터 체온이 오르다가 열흘 안에 사망하는 병이다. 이 같은 산모들을 산욕열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당시 산부인과 의사들의 오랜 바램이었다.
이그나스는 산욕열을 해결하기로 마음먹고 전공을 의학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관찰과 연구 끝에 산욕열 예방 중의 하나로 의사들에게 '아기를 받기 전에 손 씻기'를 적극 권유하고 설득했다. 의사들이 손을 씻으면 산욕열로 인한 산모의 사망을 해결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일부 의사들은 이를 받아들여 산욕열로 인한 사망률이 놀랍도록 줄어들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사들을 비롯 유럽 의학계는 그를 비난했다. '의사가 손에 묻은 피를 더럽다고 여길 수는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심지어 격렬한 공격으로 인해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됐고 그는 그곳에서 숨을 거두었다. 부검 결과 사인은 패혈증이었는데 산모들을 죽게 했던 바로 그 병이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나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통계를 보면 오늘날에도 전세계에서 매일2,000여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감염 질환으로 인해 목숨을 잃고 있다고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CDC 주도로UN은 2008년 '세계 손 씻기의 날'을 제정했다. 10월 15일이다. 하지만 이 날만이라고는 할 수 없다.
손 씻기는 다양한 수인성 질환 및 폐렴을 50%-70%까지 예방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비누를 활용한 올바른 손 씻기는 한해 100만 명 이상의 생명을 살릴 수 있고 특히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를 둔 산모의 경우, 비누를 사용한 손 씻기로 신생아 사망률의 44%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CDC가 손 씻기를 '셀프 백신'이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세계가 긴장하고 그 대처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 질환의 감염 경로는 사스나 메르스처럼 바이러스가 섞인 침 방울과 손을 통한 전파가 가장 직접적이라 한다.
이러한 때에 손 씻기 습관의 인식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화장실 사용 후, 음식을 먹거나 조리하기 전, 또한 돈을 만진 후나 상처를 만진 후 등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할 것이다. 헌데 손을 씻을 때는 20초 이상 손가락 사이사이까지 세심히 씻어야 한다. 각국 방역 당국자들이 코로나바이러스와 치열하게 싸울 때 올바르게 손을 잘 씻는 것은 나 자신은 물론, 가족과 이웃 모두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2020-02-18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