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전세계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이전과 사뭇 다른 봄을 맞이하고 있다. 분위기조차 낯설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예상외로 길어지고 있다.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일상은 답답하고 무료해졌다.
평범한 일상에서 누렸던 즐거움, 특히 여행이 선사하는 행복이 얼마나 크고 위대한 것이었는가를 새삼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고백하건데, 여행지에서의 나날들은 진정으로 행복하고 기쁜 날들이었다.
필자는 요즘 ‘여행 메뉴’란 것을 만드는 중이다. 식당에서 음식 일인분을 주문할 때도 온갖 메뉴가 적혀 있는 메뉴판을 들여다보며 즐거운 고민에 빠지듯,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여행길이 막힌 이때 여행 메뉴를 즐겨보는 것이다.
먼저 지난 세월 여행지에서 촬영한 사진과 비디오를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그곳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하다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우울했던 기분도 좋아졌다. 그 다음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되면 떠나고 싶은 여행지들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해볼 것을 제안한다. 이것이 바로 여행 메뉴다.
‘다리 떨리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새로운 여행지도 좋고, 이미 가보았던 여행지라 할지라도 이번에는 다른 방법으로 여행을 해봐야지! 계획하고 상상해보는 것이다.
필자의 버킷리스트 1위를 공개하자면 ‘북유럽+러시아’다. 7-8월에 투어를 떠날 수 있기를 소망하지만 9월에라도 ‘북유럽+러시아’가 좋을 듯하다. 이 시기에는 낮이 길고 날씨가 따뜻해 북유럽 국가들을 여행하기에 제격이다.
유네스코 자연유산인 게이랑에르 피요르와 송네 피요르, 브릭스달 등 대자연의 조각품과 더불어 ‘로맨틱 열차’로 유명한 플롬 열차, 그 다음 러시아 세인트 피터스버그(Saint Petersburg)의 여름궁전, 세계 3대 박물관 에르미타쥐 등 인간이 빚은 유산들을 동시에 만나보는 환상적인 여정이다.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노르웨이의 피요르다. 송네 피요르에서 유람선에 오르면 하얀 눈에 뒤덮인 산꼭대기, 가파르게 경사진 절벽, 절벽에서 리본처럼 여러 갈래로 흘러내려 피요르 해면으로 스며드는 폭포수, 초록 초원이 수시로 모습을 바꾸며 탄성을 자아낸다. 몇 번을 방문해도 변함없는 감동을 선사하는 곳이지만, 이번에 찾는다면 눈물을 참기 어려울 것 같다.
또 허리춤에 매달려 아슬아슬 달리는 플롬 산악열차도 그립다. 해발 699m 쵸스폭포 앞에서 기다리는 소꼬리가 달린 나무 요정 훌드라의 춤사위도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다.
이렇게 북유럽과 러시아 여행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잠시 행복해진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집에서의 여행이, 상상 여행이 결코 일상이 될 수는 없겠다. 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오래가지 않아 빨리 끝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때 대자연의 비경이 쏟아지는 북유럽과 러시아에서 안부 인사를 전할 것을 약속드린다.
함께 돕는 마음을 더하고, 함께 이겨내는 지혜를 곱하고, 희망과 행복을 나누는 우리는 자랑스러운 한민족이다. 모두 힘내시고 건강하십시오!
*US아주투어는 정부 방침에 따라 당분간 사무실을 오픈하지 않습니다. 투어 예약과 관련된 업무는 이메일(myajutour@gmail.com)로 연락 주십시오.
2020-04-03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