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엘에이 한국 문화원에서 공연예술 콘텐츠 상영회의 일환으로 유니버설 발레단의 “심청”이 상영되었다. 발레 “ 라바야데르”에 이어 오페라 “마술피리”, “ 심청”을 매달 연작으로 해설과 함께 시리즈로 관객과 소통을 하였다. 특히 발레 “심청”은 단순히 무대를 넘어 한국의 전통과 발레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린 대표적인 창작발레로 1986년 초연 후 전 세계 15개국 40l 개 도시에서 K 발레의 상징적인 작품으로 우리의 위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심청 ” 은 해 년마다 공연되는 호두까기인형이나 백조의 호수와는 달리 이곳에서 자주 접합 수 없다. 나 또한 십여 년 전쯤에 유니버설 발레단이 직접 LA에서 공연하였을 때 보았기 때문에 지금은 기억이 가물 가물 했는데 이제 한국 창작발레의 대표작을 다시 한번 마주할 수 있게 되어 너무나도 기뻤다. 그래서일까? 객석은 만석이었고 자리가 모자라 의자를 더 가져와야 했었다. 꼭 가서 보아야 한다고 나는 주변에 홍보를 엄청하였고 한미무용연합 진발레스쿨 학생들과 실버 발레팀도 함께 하였다.
발레를 생각하면 공연장에서 보아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감상하는 것은 극장에서 직접 공연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매우 독특한 경험이었다. 무대에서 발레의 섬세한 움직임과 역동성을 직접 느끼는 현장감은 스크린에서 다르게 전달되지만, 그만큼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카메라의 시선을 따라 다양한 각도에서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무대에서 한 번에 모든 무용수들의 동작을 한꺼번에 보아야 했다면, 스크린을 통해서는 클로즈업으로 각 무용수들의 표정, 손끝 하나하나의 디테일을 더욱 정밀하게 볼 수 있었다. 특히, “ 심청 ”이라는 작품은 한국 전통의 정서를 담고 있기 때문에 무용수들의 섬세한 감정 표현이 중요한데, 스크린은 이를 더욱 명확하게 전달해 주었다.
발레” 심청”은 전달하는 메시지가 다르다. 그 주제가 서양 발레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효,’ 즉 부모에 대한 공경이다. 이는 유럽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고전 발레들과는 달리, 심청전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과 희생을 중심으로 한 깊은 감정을 전한다. 심청은 맹인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지만, 그 헌신적인 사랑은 끝내 아버지를 밝은 세상으로 인도하게 된다. 효에 대한 이 깊은 메시지는 서양 발레가 전하는 개별적 비극과는 다른, 집단적이고 문화적 울림을 주며 한국적인 정서와 연결된다. 한국 문화의 핵심 가치를 무대 위에 옮긴 이 발레는 전통적인 무용과 현대 발레의 조화를 이뤄, 관객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이 발레는 효를 무대 위에서 춤으로 풀어내면서도 전통적인 한국의 정서무용의 움직임과 발레의 기법이 결합된 작품이기 때문에 그 구조나 표현 기법을 영상을 통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음악과 의상도 발레 심청만의 특별함을 잘 보여주었다. 한국 전통 악기를 바탕으로 한 음악은 발레의 서정적인 움직임과 함께 스크린을 통해서도 충분히 감동을 전달했고, 한복에서 영감을 받은 화려한 의상들이 큰 화면에서 더욱 아름답게 드러났다. 직접 무대에서 느끼는 에너지는 덜할지 몰라도, 전체적인 작품의 예술적 가치를 차분히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발레 공연을 스크린으로 감상하는 것은 현장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디테일을 보고, 천천히 작품의 깊이를 탐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새로운 차원의 예술적 경험이다.
특히 인상 깊게 본 장면 중 하나는 폭풍우 속에서 인당수에 빠져드는 심청의 모습이다. 이 장면은 단순한 비극적 사건을 넘어, 심청의 희생과 부모에 대한 깊은 사랑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그 당시 선원들의 강렬한 군무와 파도 같은 동작들은 관객을 숨죽이게 했고, 마치 그 순간 현장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주었다. 또한, 용궁에서의 화려한 군무와 '문라이트 파드되'는 동화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발레의 아름다움과 감정 표현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특히 문라이트 파드되 장면에서는 서정적이면서도 은은한 한국적 선의 아름다움이 돋보였으며, 서양 발레의 기법과 한국적 정서가 완벽히 조화를 이뤘다. 발레를 통해 효라는 주제를 이렇게 깊이 있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심청'을 감상하며 다시금 느낀 것은 예술의 힘이다. 한국적 가치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발레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고유의 예술을 가까이에서 경험하고, 세계 속에 울려 퍼져 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러한 행사가 꾸준히 한국문화원에서 이어지길 기대하며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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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발레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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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4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