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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천의 世上萬事

치과의

  • 토끼와 거북이

    지금은 온 지구촌이 바로 이웃같이 가깝고 곳곳의 소식도 모두 손안에 들어오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오래전 이 땅에 온 사람들은 생면부지의 환경 속에서 단절된 채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하느라 고국을 그리워할 틈조차도 없었다. 


  • 특별 칼럼    고목(枯木)과 나목(裸木)

    현대문학의 거목 고(故) 박완서 작가는 1950년 서울대학교 문리과 대학에 입학하였으나 곧이어 일어난 6.25전쟁으로 오빠를 잃고 갖은 고생을 하다가 생활고로 학업을 중단하였다. 그리고는 집안살림을 책임지게 된 어린 나이에 미군부대 PX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미군병사들의 가족이나 여자 친구의 사진으로 인물화를 그리는 주문을 받아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초상화를 그리는 중년의 화가들에게 넘겨주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화가들을 극장 간판이나 그리는 정도의 수준으로 여기며 하찮게 여겼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중 한 사람이 그림 하나를 옆구리에 끼고 와서 자신의 작품이라고 보여준 것을 계기로 해서 그의 실력과 인품을 접하면서 서로 가까워지고 존경하게 된다. 박수근 화백이었다.  


  • 와인과 김치

     율리시즈는 20년간의 모험을 하던 중 외눈박이 괴물에 잡혀 동굴에 갇힌다. 궁리 끝에 갖고 있던 술을 먹이자 기분이 좋아진 이 괴물은 더 달라고 아우성친다. 포도를 가득 채운 커다란 통에 부하들과 함께 들어가 발로 짓이겨 만든 포도주를 마신 괴물은 만취하고 잠이 든다. 그 틈을 타 끝을 뾰족하게 깎아 놓은 통나무로 외눈을 찌르고 탈출한다.  


  • '반딧불'앙헬라 알바레

    아주 오래 전에 나온 우스개 소리 중에 이런게 있다. 20대의 남자는 성냥불이고 30대는 장작불이다. 40대는 담뱃불이며 50대는 화롯불이다. 60대는 무엇인가? 반딧불. ‘불도 아니 것이 불인 척 하기 때문’이란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화력이 떨어진다고 비유한 것일텐데 정말 나이를 먹으면 태우지도 못하는 가짜 불일까? 


  • '터미널'

     공항은 설레임으로 부푼 가슴을 안고 모여드는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의 소중한 만남과 떠남이 시작되는 곳이다. 그리곤 각자들의 서로 다른 사연으로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에서 이루어지는 흥미로운 볼거리가 연출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 '참척지변(慘慽之變)'

    1989년 4월15일, 영국 힐즈버러 축구 경기장에서는 FA컵 준결승전이 예정돼 있었다. 일부 팬들의 전세버스가 교통체증으로 연착해 경기장에 한꺼번에 몰리게 되고 극심한 병목현상이 벌어지자 누군가에 의해 출구문까지 열렸다. 문의 폭이 불과 80 센티가 안되고 내부이동이 어렵게 설계된 구조에 관중석의 해당 구역이 이미 포화 상태였는데도 경찰은 관중들을 계속 몰아넣었다. 안쪽에서는 이미 사람들이 압사 직전이었는데도 말이다. 


  • 페트로프 중령

     미국과 소련의 적대감이 최고조였던 1983년 9월26일 자정이 지난 한 밤중, 모스크바 교외 비밀 방어사령부 벙커 안에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계기판 빨간색 버튼에 ‘시작’, ‘발사’라는 글씨가 떴다. 미국이 쏜 핵 미사일 1기가 소련을 향해 날아오는 것이 레이더에 포착된 것이다.


  • 인간 퇴비장

       고대 이집트에서는 미라(Mummy)와 함께 매장하는 두루마리가 있었는데 죽은 자 즉, ‘사자(死者) 의 서(書)’’라 한다. 사람이 죽으면 육신과 영혼이 분리된 후 영혼이 잠시 저승으로 가서 육신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지 아니면 못 돌아오고 영원한 죽음으로 갈 지 판결을 기다리게 된다. 


  • 엘리자베스 2세 여왕

    1944년 독일의 침공으로 국가가 위기에 처하자 18 살이던 릴리벳은 아버지에게 나라에 봉사할 기회를 달라고 졸라 자원 입대하여 소위로 복무했다. 다른 병사들과 똑같이 신병훈련을 받은 뒤 보급 부대에 배속되어 트럭 운전병으로 하루 종일 타이어를 바꾸고 엔진도 수리했다. 그리고 16년 후 남편과 케냐를 여행하던 릴리벳은 아버지의 서거소식을 듣고 귀국해 25세의 나이에 왕위를 물려받게 되었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탄생이었다. 


  • '헤어질 결심'

    1960년대 한국사회는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금전만능 풍조가 만연해지면서 돈을 따라 서울로 모여들지만 그럴수록 인간적인 관계는 단절되고 소외감과 고독만이 깊어져갔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잘 그려낸 작가 중에 김승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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