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석의 동서남북

수필가, 목사

  • 선인장 가시와 '코이의 법칙'

     사막 식물 중 선인장처럼 주어진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하는 것도 없다고 합니다. 선인장의 가시는 본래 잎이었지만 뜨거운 햇볕에 살아남기 위해 잎을 작고 좁게 만들면서 차츰 가시로 변하게 되었다 합니다. 딱딱하고 가느다란 가시는 수분을 빼앗기지 않고 사막기후를 견뎌내는 데 안성맞춤 이었던 것입니다.


  • 사랑의 깊이를 알려면

     얼마 전 영안실에 안치됐던 80대 노인이 되살아나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후 그분은 일주일 동안 자식들의 극진한 효도를 받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자녀들은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를 못했다"면서 아쉬워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별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찾아올 수 있습니다. 


  • 다시 태어난다면

     몸이 불편해서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학생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이라는 제목으로 글짓기를 했습니다. 그 학생의 글을 읽은 선생님은 다음과 같은 뜻밖의 내용에 감동하고 말았습니다. "다시 태어난다면 내 어머니의 어머니로 태어나고 싶다. 지금까지 받은 고마움을 어머니의 어머니가 되어 보답하고 싶다. 지금의 나는 어머니의 고마움을 보답하며 사는 것이 어렵기에 내 어머니의 어머니로 태어나서 그 무한한 사랑을 조금이나마 갚고 싶다."


  • 서서평 선교사

    임지석/목사·수필가  가난과 전염병으로 많은 이들이 고통에 시달리던 1912년, 푸른 눈의 간호사가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 찾아왔습니다. 독일서 태어난 그녀는 미국에서 간호학을 전공한 뒤 32살 처녀의 몸으로 조선 땅에 온 것입니다. 그녀는 조랑말을 타고 전국을 다니면서 한센병을 포함, 온갖 질병에 걸린 사람들을 돌보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조선의 수양딸 13명과 나환자 아들 1명 등 14명의 아이를 입양해 기르기도 했습니다.


  • 탐욕의 끝은…

    임지석/목사·수필가  옛날 한 부자가 길에서 그만 돈 자루를 잃어버렸습니다. 돈을 찾기 위해 부자는 돈을 찾아주는 사람에게 백 냥을 주겠다고 광고를 했습니다. 며칠 후 한 소년이 돈 자루를 들고 찾아왔는데 막상 사례로 백 냥을 줄 것을 생각하니 부자는 아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부자는 잠시 고민한 후 소년에게 말했습니다. "돈이 꼭 백 냥이 모자라는데 네가 미리 사례금을 챙긴 모양이구나."


  • 가족이란 무엇인가

    임지석/목사·수필가  아내를 잃고 일곱 살 난 어린 딸과 단둘이 살아가는 아빠가 있었습니다. 아이는 엄마가 세상을 떠난 이후로 아빠를 생각해서인지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딸은 출근하려는 아빠에게 예쁜 편지봉투를 건네주었습니다. 아빠는 하루 종일 회의 등으로 너무 바빠서 퇴근 무렵 되어서야 겨우 봉투를 꺼내 보았습니다. 딸이 건네 준 봉투를 들여다보니 작은 메모지와 함께 오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이 들어있었습니다.


  • 진정한 친구

     한 마을에 절친한 두 친구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누명을 쓰고 사형 판결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는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사형 집행 전에 어머니를 보게 해달라고 왕에게 간청했습니다. 왕이 이를 거절하자 그의 친구는 대신 감옥에 들어가 있을 테니 친구를 갔다 오게 해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한 친구가 돌아오지 않으면 자신이 죽음을 대신하겠다는 대답도 했습니다. 


  • '신천옹'에게서 배운다

    임지석/목사·수필가  세상에서 가장 긴 날개를 가진 새가 있는데 알바트로스 즉 '신천옹'입니다. 양 날개를 펴면 3미터가 넘을 때도 있으며 새의 그림자가 하늘을 덮고 만 리를 간다 해서 '하늘의 조상이 보낸 새'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반면에 긴 날개 때문에 몸을 움직이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몸이 큰데다 긴 날개를 펄럭거려도 빨리 날지 못하는 약점 때문에 사람들에게 쉽게 잡히기도 해 멸종 위기에 이를 정도입니다.


  • 400년 전 사랑편지

    1998년 경북 안동 택지 개발 현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분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한글 편지 하나가 발견되었는데, 그 일부를 인용하면 이렇습니다. "늘 나에게 머리가 세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시더니 어찌하여 나를 두고 먼저 가셨나요? 천지가 온통 아득한 이런 일이 하늘 아래 또 있을까요? 당신은 한갓 그곳에 있을 뿐인데 나처럼 서러울까요?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주세요. 꿈속에서 이 편지 보신 말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편지를 써 넣습니다." 이는 죽은 남편을 기리면서 1586년인 병술년 유월 초하루에 쓴 편지로 알려졌습니다. 남편은 30세 아주 젊은 나이에 어린 아들 원이와 임신한 아내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이응태라는 사람으로 확인이 되었답니다. 편지를 보면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아내의 애절함과 꿈에서라도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애틋한 마음이 절절히 묻어나고 있습니다. 이 편지는 벌써 수백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너무도 애뜻한 사랑을 느끼게 합니다. 400년이 지난 지금 이 순간에도 편지를 접하는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이 될 정도로 이 편지는 생생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사람들은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결코 죽지 않을 것처럼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때로는 이별할 것을 알지만 영원히 같이 있을 것처럼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기회가 주어질 때 사랑을 다해야 합니다. 지금 아니면 더 이상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400년 전에 쓴 편지가 가슴을 울리는 이유는 그것이 이룰 수 없는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상대방이 필요를 느낄 때 더욱 가치가 있고 빛날 수 있습니다.


  • 귤이 맛있네

    임지석/목사·수필가  결혼 8년차인 부부가 이혼 위기에 처했습니다. 딱히 큰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아내의 입에서 이혼하자는 얘기가 나왔고 삶에 지쳐 있던 남편도 이혼을 은근히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을 하던 남편은 과일 행상을 만나서 할 수 없이 귤을 사가지고 집에 왔습니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아내가 탁자에 올려놓은 귤을 까먹으면서 말했습니다. "귤이 참 맛있네."